옛 이야기들

징비록(懲毖錄)

자즐보 2015. 4. 19. 23:13

 

 

징비록() / 국보 제132호

 

징비록은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 유성룡()이

집필한 임진왜란 전란사로서,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전란의 원인,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인 유성룡이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해 있을 때 집필한 것으로, 제목인 '징비'는 『시경()』 소비편()의

"예기징이비역환()", 즉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징비록』의 첫 장에서 유성룡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비옥한 강토를 피폐하게 만든 참혹했던 전화를 회고하면서, 다시는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지난날 있었던 조정의 여러 실책들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징비록』은 우리나라에서 씌어진 여러 기록문학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다고 하겠다.

물론 『징비록』이 임진왜란을 다룬 유일한 기록문은 아니다.

하지만 유성룡이 전란 당시 전황이 돌아가는 급박한 사정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으며, 기록문학의 일차적 자료가 되는 조정의

여러 공문서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임진왜란에 대한 총체적인 기록으로서의 『징비록』이 갖는 가치와 매력은

학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징비록』은 전쟁의 경위와 전황에 대한

충실한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과 일본, 명나라 사이에서 급박하게 펼쳐지는

외교전을 비롯하여, 전란으로 인해서 극도로 피폐해진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

전란 당시에 활약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인물평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로 임진왜란에 대한 입체적인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유성룡이 지은 『징비록(懲毖錄)』.


기록문학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록자의 객관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징비록』은 신뢰를 받고 있다. 애초에 상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공론정치의

활성화라는 목적에서 시작된 붕당정치는, 선조 때부터 소모적인 당쟁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집권층은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되었으며 전란을 불과 1년 앞둔 1591년에는

집권 동인이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나뉘어 조정의 공론을 분열시켰고

그에 따라 국력은 날로 쇠약해져 가고 있었다.
유성룡 역시도 동인의 일원인 남인에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능이나 전술의 부재로 인해 전투를 그르친 일부 장수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제외하면 비교적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음을

『징비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상대 정파에 의해 탄핵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그였지만, 전란을 회고하는 이 노정객의 안타까움과 반성의 심정은

당파적 증오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기록문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징비록』의 저술 연대를 보여주는

명확한 기록은 현존하지 않는다. 다만 유성룡이 『징비록』의 저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사료나 공문서들에 대한 검토 시간을 고려할 때,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한 지 3~4년째가 되는 1601년 혹은 1602년 무렵이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간 시기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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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망 이후 책장에 묻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던 『징비록』은

1633년 그의 아들 진에 의해서, 생전에 쓴 글들을 엮은 『서애집(西)』과 함께

간행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안동의 하회종가에 보관되어 있는 유성룡의 친필 초본과 더불어,

초판을 기초로 하여 간행된 16권본과 2권본 등 두 가지 판본 또한 전해지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징비록』에는 세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징비록』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에까지 전해져 간행되기도 했다.

『징비록』은 1695년(숙종 21) 일본 교토()의 야마토야에서 중간()되었는데,

당시 숙종 임금은 이 책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여 일본 수출을

엄금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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