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品貯藏法
우리나라 식품 저장의 역사는 충남 부여의 저장혈(貯藏穴)이나 「삼국지」 위지(魏志) 고구려전에 곡물창고가 있었다는 구절과 장양(藏釀)을 잘 했다는 구절로 미루어 보아 매우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진표율사가 쌀 스무 말을 쪄서 말려 양식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어 가공저장법도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고, 「삼국사기」 신문왕 폐백품목에는 포(脯)가 기록되어 있어 육류나 어류를 건조시키는 방법이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고려도경」에는 가마니를 이용한 쌀 저장법과 밤 저장법, 말린 면(麵)의 이용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 밖에 고려에서는 평양에 내빙고와 외빙고를 두고 겨울이면 장빙했다가 여름이면 송빙해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눈 녹은 물에 과일을 담가 부패를 방지하는 방법도 있었다.
황률(黃栗)과 건시(乾枾)는 건조식품의 대표적인 것으로 등장하였고, 염건법이나 염장법에 의한 조기젓·굴비·자반조기 등이 보급되기도 하였다.
18세기 중엽에 들어와 많이 생산되었던 명태는 소금에 절여 말리거나 냉동 건조시켰다. 염장한 제육(豬肉)을 훈제하여 납육(臘肉)과 같은 가공품을 만들어 저장하였고, 미초(米醋)·소맥초(小麥醋) 등을 이용한 초절임도 발달하였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에는 우리 고유의 저장식품이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식품의 저장 방법에는 건조법·저온저장법·염장법·초절임법·당장법·훈연법·가열살균법 등이 있다.
(1) 건조법(乾燥法)
식품은 비교적 수분 함량이 높으므로 건조시켜 이 수분을 제거하면 식품의 보존성을 높일 수 있다. 식품을 불이나 햇볕에 말려서 건조시킬 수 있으므로 건조법은 저장법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건조법은 말리는 재료에 따라 건과법·건어법·나물 말리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건과법:과일의 비축은 물론 제례,혼례,빈례 등 우리 민족 고유의 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금도 각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조 과일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밤·감 및 대추 등을 들 수 있다.
밤을 말릴 때는 먼저 소금물에 담근 뒤에 말리기도 하고 짚을 태워서 만든 잿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기도 하였다.
대추는 과육을 잘라 햇볕에 말려 포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감은 껍질을 벗겨 바람이 잘 통하는 양지에서 말랑말랑하게 말린다.
포도는 꿀과 기름을 2:1의 비율로 섞은 것에 넣고 끓인 뒤에 말렸고, 매실은 밤에는 소금물에 담그고 낮에는 꺼내어 햇볕에 말리기를 10여 일 동안 반복한 뒤 저장했으며, 서양능금[柰]은 반으로 잘라 두 조각을 내어 말려서 포를 만들었다.
▶건어법:선도 저하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내장·머리·생식소·흑막 등을 제거하여 말린다. 말리기 전의 처리방법에 따라 소건법(素乾法:그대로 말리는 법)·저건법(煮乾法:익혀서 말리는 법)·동건법(凍乾法:얼려 말리는 법)·염건법(鹽乾法:소금에 절여 말리는 법) 등으로 분류된다.
주로 말리는 어류로는 청어·조기·명태·새우·오징어·문어 등이 있다.
명태 말린 것은 북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나라의 독특한 수산 건조식품으로 오늘날에도 관혼상제 등의 의식에 빼놓을 수 없는 건어물이다. 연한 고기를 곱게 두드려 기름, 장, 후추 등을 바른 후 햇볕에 말린 염포, 편포 및 약포 등도 육류 건조식품의 좋은 예이다.
▶나물 말리기:제철에 수확되는 나물을 그대로 또는 살짝 데쳐서 말린다. 죽순은 끓는 물에 데쳐 말리고 사용할 때는 쌀뜨물에 불려서 사용하였다. 쇠비름도 싹을 따서 물 속에서 주물러 말려 저장했다가 구황식품으로 이용하였다.
나물 말리기를 계절별로 살펴보면, 4월에는 새로 나온 쑥을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 찬물로 헹구어 녹색을 고정시켜 말린다. 5월 중순경에는 햇고사리·취 등을 말리고, 9월에는 고춧잎을 끓는 물에 데쳐 말린다. 그리고 9월 하순경에는 호박을 말리고, 10월에는 무를 채 썰어 말린다.
(2) 저온저장법
식품의 저장 온도를 낮게 유지시켜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시키고, 식품 중의 효소작용을 억제시켜 식품의 저장 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저온저장법으로는 땅속에 움을 파서 저장하는 움저장법이 가장 널리 이용되었다. 이때의 온도는 10℃, 습도는 85%였다.
우리 나라는 계절간의 온도 차이가 심하므로 비수기에 채소를 공급하기 위하여 채소류의 저장방법이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배는 첫서리가 내린 직후에 바로 수확하여 마루 밑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였고, 포도는 송이째 따서 마루 밑의 바닥에 작은 구멍을 내어 꼭지를 꽂아 놓고 흙을 덮어서 월동시켰다. 마늘은 잎이 달린 채로 길게 엮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 두었다가 겨울에 왕겨 한 겹, 마늘 한 겹 식으로 덮어 저장하였다.
채소류는 채소 한 줄, 풀 말린 것 한 줄 식으로 1m 가량 넣은 다음 위를 두껍게 덮어서 저장하였다. 고구마는 고구마를 한층 넣고 흙을 두 치 정도 덮은 뒤, 다시 고구마를 한층 펴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저장했다.
요즘 움은 사람이 안에서 작업할 수 있는 크기의 소형 지하식 저장시설로 마른 장소를 택하여 지붕·출입구·환기창을 설치해서 만든다. 바닥에는 무·당근·감자 등을 펴놓고 벽 쪽에는 배추·양배추 등을 쌓아 올려 저장한다.
(3) 염장법
소금의 삼투작용에 의해 식품이 탈수되어 세균이 생육하는 데 필요한 수분이 감소되고, 식품에 붙어 있던 세균도 삼투압에 의해 원형질 분리가 일어나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는 원리를 이용한 저장법이다.
채소류로는 오이지·무짠지 등의 장아찌류가 있으며, 김치류도 소금에 절인 채소류를 섭취한 데서 발전되어 현재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새우젓·멸치젓·조개젓·게젓 등의 젓갈류와 자반류는 부패되기 쉬운 육류, 어류 및 물고기알 등에 소금을 첨가하여 만든 저장식품이다.
(4) 초절임법
식품에 산을 첨가하면 미생물의 발육이 저지될 뿐만 아니라 조미효과도 나타내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쌀과 누룩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쌀초를 많이 사용하였다.
식초에 설탕이나 소금을 첨가하면 미생물 생육을 저지하는 효과가 커지므로 초절임을 할 때는 이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초절임법을 이용한 저장식품으로 마늘장아찌·마늘종장아찌 등이 있다.
(5) 당장법
당장법은 소금 대신 설탕을 첨가하여 식품의 삼투압을 높여 미생물의 생육 저지 효과를 이용한 저장법으로, 과일 및 뿌리채소에 주로 이용한다. 꿀이나 설탕을 첨가하여 만든 생강, 유자, 모과 및 연근정과가 있다.
(6) 훈연법
어류·육류를 소금에 절인 후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및 호두나무 등의 목재를 불완전 연소시켜 생기는 연기의 화학성분을 식품 표면에 부착 및 침투시켜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에 함유된 방부성 물질에 의해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어 저장성이 증가되며, 독특한 향기와 맛이 생겨 식품의 맛을 좋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일부 염장한 제육을 훈연하여 저장하기도 했으나, 훈연법은 주로 서양에서 많이 이용된 저장법으로, 여기에는 연어·송어·청어·굴 및 조개와 같은 훈제어패류와 소시지·햄 및 베이컨 등의 육제품이 있다.
(7) 가열살균법
식품을 가열하면 부패의 원인인 미생물이 살균되고 효소가 불활성화되므로 식품이 미생물의 해를 입지 않아서 저장성이 증가된다.
미생물과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밀봉용기에 식품을 넣고 밀봉한 후 용기와 식품에 부착되어 있는 미생물을 함께 가열·살균시킨 다음 식품이 미생물에 다시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가열살균에 의해 만들어진 통조림·병조림·레토르트 파우치 식품 등은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 및 운반이 편리한 저장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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