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들

방랑시인 김삿갓

자즐보 2013. 1. 22. 00:33

 

 


▲김병연(金炳淵) 방랑시인 김삿갓의 초상화

김병연이 삿갓을 쓰고 방랑시인이 된 내력

   
조선 순조 11년(1811년) 신미년에 홍경래(1780-1812)는 서북인을 관직에 등용하지 않는 조정의 정책에
대한 반감과 탐관오리들의 행악에 분개가 폭발하여 평안도 용강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홍경래는 교묘한 수단으로 동지들을 규합하였고, 민심의 불평 불만을 잘 선동해서 조직한 그의 반란군은 순식간에 가산, 박천, 곽산, 태천, 정주등지를 파죽지세로 휩쓸어 버리고 군사적 요새지인 선천으로 쳐들어갔다.

이 싸움에서 가산 군수 정시는 일개 문관의 신분이었지만 최후까지 싸워서 비장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한편 김병연의 조부 김익순은 관직이 높은 선천 방어사였다. 그는 군비가 부족하고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있음을 낙심하다가, 날씨가 추워서 술을 마시고 취하여 자고 있던 중에 습격한 반란군에게 잡혀서 항복을 하게 된다. 김익순에게는 물론 그 가문에도 큰 치욕이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국법의 심판은 냉혹하여서, 이듬해 2월에 반란이 평정되자 김익순은 3월 9일에 사형을 당하였다.

 

그 난리 때 형 병하는 여덟 살, 병연은 여섯 살, 아우 병호는 젖먹이였다. 마침 김익순이 데리고 있던 종복중에 김성수라는 좋은 사람이 있었는데 황해도 곡산에 있는 자기 집으로 병하, 병연 형제를 피신시키고 글공부도 시켜 주었다.

그 뒤에 조정의 벌은 김익순 한 사람에게만 한하고, 두려워하던 멸족에는 이르지 않고 폐족에 그쳤으므로 병하, 병연 형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김병연의 가족은 서울을 떠나 여주, 가평으로 이사하는 등 폐족의 고단한 삶을 살다가 부친이 화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홀어머니 함평 이씨가 형제를 데리고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로 이주하였다. 김병연이 스무 살이 되던 1826년(순조 32년), 영월 읍내의 동헌 뜰에서 백일장 대회 시제인 '논정가산 충절사 탄김익순 죄통우천'을 받아 본 그는 시상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그의 젊은 피는 충절의 죽음에 대한 동정과 찬양을 아끼지 않았고, 김익순의 불충의 죄에 대하여는 망군, 망친의 벌로 만 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추상같은 탄핵을 하였다. 김병연이 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날, 어머니가 그 동안 숨겨왔던 집안의 내력을 들려 주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명문거족이었다. 너는 안동 김씨의후손이다.

안동 김씨 중에서도 장동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세도가 당당했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그들을 장동 김씨라고 불렀는데 너는 바로 장동 김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네가 오늘 만고의 역적으로 몰아 세워

욕을 퍼부은, 익자 순자를 쓰셨던 선천 방어사는 네 할아버지였다.

너의 할아버지는 사형을 당하셨고 너희들에게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느라고 제사 때 신주를 모시기는커녕 지방과 축문에 관직이 없었던 것처럼 처사로 써서 너희들을 속여 왔다.

 

병연은 너무나 기막힌 사실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반란군의 괴수 홍경래에게 비겁하게 항복한 김익순이 나의 할아버지라니...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조부를 다시 죽인 천륜을 어긴 죄인이라고 스스로 단죄하고, 뛰어난 학식에도 불구하고 신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삿갓을 쓰고 방랑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論鄭嘉山 忠節死 嘆金益淳 罪通于天
        논정가산 충절사 탄김익순 죄통우천


一爾世臣金益淳 鄭公不過卿大夫 일이세신김익순
정공불과경대부

 

將軍桃李농西落 烈士功名圖末高 장군도리노서락 열사공명도말고

詩人到此亦慷慨 撫劍悲歌秋水溪 시인도차역강개 무검비가추수계

宣川自古大將邑 比諸嘉山先守義 선천자고대장읍 비저가산선수의

淸朝共作一王臣 死地寧爲二心子 청조공작일왕신 사지영위이심자

升平日月歲辛未 風雨西關何變有 승평일월세신미 풍우서관하변유

尊周孰非魯仲連 輔漢人多諸葛亮 존주숙비노중련 보한인다제갈량

同朝舊臣鄭忠臣 抵掌風塵立節死 동조구신정충신 저장풍진입절사

嘉陵老吏揚名旌 生色秋天白日下 가릉노리양명정 생색추천백일하

魂歸南畝伴岳飛 骨埋西山傍伯夷 혼부남 부반악비 골리서산방백이

西來消息慨然多 問是誰家食錄臣 서래소식개연다 문시수가식록신

 

家聲壯洞甲族金 名字長安行列淳 가성장동갑족김 명자장안항렬순

家門如許聖恩重 百萬兵前義不下 가문여허성은중 백만병전의불하

淸川江水洗兵波 鐵甕山樹掛弓枝 청천강수세병파 철옹산수괘궁지

吾王庭下進退膝 背向西城凶賊脆 오왕정하진퇴슬 배향서성흉적취

魂飛莫向九泉去 地下猶存先大王 혼비막향구천거 지하유존선대왕

忘君是日又忘親 一死猶輕萬死宜 망군시일우망친 일사유경만사의

春秋筆法爾知否 此事流傳東國史 춘추필법이지부 차사유전동국사

 

대대로 임금을 섬겨온 김익순은 듣거라.

정공은 경대부에 불과했으나

농서의 장군 이능처럼 항복하지 않아

충신열사들 가운데 공과 이름이 서열중에 으뜸이다.

시인도 이에 대하여 비분강개하노니

칼을 어루만지며 가을날 강가에서 슬픈노래부른다.

 선천은 예로부터 대장이 맡아보던 고을이라

가산 땅에 비하면 먼저 충의로써 지킬 땅이로되

청명한 조정에 모두 한 임금의 신하로서

죽을 때는 어찌 두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

태평세월이던 신미년에

관서 지방에 비바람 몰아치니 이 무슨 변고인가.

주나라를 받드는 데는 노중련 같은 충신이 없었고

한나라를 보좌하는 데는 제갈량 같은 자 많았노라.

우리 조정에도 또한 정충신이 있어서

맨손으로 병란 막아 절개 지키고 죽었도다.

늙은 관리로서 구국의 기치를 든 가산군수의 명성은

맑은 가을 하늘에 빛나는 태양 같았노라.

혼은 남쪽 밭이랑으로 돌아가 악비와 벗하고

뼈는 서산에 묻혔어도 백이의 곁이라.

서쪽에서는 매우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묻노니 너는 누구의 녹을 먹는 신하이더냐?

가문은 으뜸가는 장동 김씨요

이름은 장안에서도 떨치는 순자 항렬이구나.

너희 가문이 이처럼 성은을 두터이 입었으니

백만 대군 앞이라도 의를 저버려선 안되리라.

청천강 맑은 물에 병마를 씻고

철옹산 나무로 만든 활을 메고서는

임금의 어전에 나아가 무릎 꿇듯이

서쪽의 흉악한 도적에게 무릎 꿇었구나.

너의 혼은 죽어서 저승에도 못 갈 것이니

지하에도 선왕들께서 계시기 때문이라.

 

이제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고 육친을 버렸으니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리.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너의 일은 역사에 기록하여 천추만대에 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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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의 풍자와 해학

 

환갑 잔치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여기 있는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 잔치에 바쳤네.
還甲宴 환갑연

彼坐老人不似人 疑是天上降眞仙 피좌노인불사인 의시천상강진선

其中七子皆爲盜 偸得碧桃獻壽筵 기중칠자개위도 투득벽도헌수연

 

*환갑 잔치집에 들린 김삿갓이 첫 구절을 읊자 자식들이 모두 화를 내다가
둘째 구절을 읊자 모두들 좋아하였다.
셋째 구절을 읊자 다시 화를 냈는데
넷째 구절을 읊자 역시 모두들 좋아하였다.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는 천 년
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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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원
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元生員 원생원
日出猿生原 猫過鼠盡死 일출원생원 묘과서진사
黃昏蚊첨至 夜出蚤席射 황혼문첨지 야출조석사

 

*김삿갓이 북도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 생원(元生員), 서 진사(徐進士), 

문 첨지(文僉知), 조 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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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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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과 함께 짓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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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빠는 노래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嚥乳章三章 연유장삼장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卽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卽同 일이부동 기미즉동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卽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그가 "우리집 며느리가 유종(乳腫)으로

젖을 앓기 때문에 젖을 좀 빨아 주어야 하겠소"라고 했다.

김삿갓이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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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구 김 진사
옥구 김 진사가
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
沃溝金進士 與我二分錢 옥구김진사 여아이분전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 일사도무사 평생한유신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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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窓 창

十字相連口字橫 間間棧道峽如巴 십자상연구자횡 간간잔도협여파

隣翁順熟低首入 稚子難開擧手爬 인옹순숙저수입 치자난개거수파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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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兩班論 양반론

彼兩班此兩班 班不知班何班 피양반차양반 반부지반하반

朝鮮三姓其中班 駕洛一邦在上班 조선삼성기중반 가락일방재상반

來千里此月客班 好八字今時富班 내천리차월객반 호팔자금시부반

觀其爾班厭眞班 客班可知主人班 관기이반염진반 객반가지주인반

*김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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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 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洞庭秋波小舟驚 욕채홍련남포거 동정추파소주경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를 말한다.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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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풍월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엇득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諺文風月 언문풍월
靑松듬성담성立이요 청송듬성담성립이요
人間여기저기有라. 인간여기저기유라.
所謂엇뚝삣뚝客이 소위엇뚝삣뚝객이
平生쓰나다나酒라. 평생쓰나다나주라.

 

* 서당에서 있을 유(有)자와 술 주(酒)자를 운으로 부르자

언문과 한자를 조합하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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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開春詩會作 개춘시회작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언문진서섞어작하니
是耶非耶皆吾子라. 시야비야개오자라.
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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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값 고소장
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어찌하면 좋으리까.
犢價訴題 독가소제

四兩七錢之犢을 放於靑山綠水하야 사양칠전지독을 방어청산녹수하야

養於靑山綠水러니 隣家飽太之牛가 양어청산녹수러니 인가포태지우가

用其角於此犢하니 如之何卽可乎요. 용기각어차독하니 여지하즉가하리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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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욕설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나는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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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시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破格詩 파격시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 국수한사발 지영반종지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 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月利山影改 通市求利來 월이산영개 통시구이래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한다.
천장에 거미(무)집 / 화로에 겻(접)불 내
국수 한 사발 /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 대추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 통시(변소) 구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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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네 집에서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辱孔氏家 욕공씨가

臨門老尨吠孔孔 知是主人姓曰孔 임문노방폐공공 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 恐失夫人脚下孔 황혼축객연하사 공실부인각하공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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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시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虛言詩 허언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樓上織女낭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누상직녀낭일두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으랴.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으로

그림으로써 당시 사회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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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땅의 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胡地花草 호지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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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민루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낙민루 낙민루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 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 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이라고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宣化堂(선정을 베푸는 집) 宣火黨(화적 같은 도둑떼)
樂民樓(백성들이 즐거운 집) 落民淚(백성들이 눈물 흘리다)
咸鏡道(함경도) 咸驚逃(모두 놀라 달아나다)
趙岐泳(조기영) 兆豈永(어찌 오래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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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들어가다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스님은 내가 봄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入金剛 입금강

緣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공 연청벽로입운중 누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雪瀑 劒精神削揷天峰 용조화함비설폭 검정신삭삽천봉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 선금백기수년학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腦 忽無心打日邊鐘 승부지오춘수뇌 홀무심타일변종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소.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삿갓
答僧金剛山詩 답승금강산시

百尺丹岩桂樹下 柴門久不向人開 백척단암계수하 시문구불향인개

今朝忽遇詩仙過 喚鶴看庵乞句來 -僧 금조홀우시선과 환학간암걸구래-승

矗矗尖尖怪怪奇 人仙神佛共堪凝 촉촉첨첨괴괴기 인선신불공감응

平生詩爲金剛惜 詩到金剛不敢詩 -笠 평생시위금강석 시도금강불감시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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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평생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산 첩첩 천 봉 만 길에
길 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妙香山詩 묘향산시

平生所欲者何求 每擬妙香山一遊 평생소욕자하구 매의묘향산일유

山疊疊千峰萬인 路層層十步九休 산첩첩천봉만인 노층층십보구휴

 

*평소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묘향산의 겹겹이 둘러싸인 산세와

산봉우리의 빼어남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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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산

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九月山峰 구월산봉

昨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 금년구월과구월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光長九月 연연구월과구월 구월산광장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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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金剛山 금강산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송송백백암암회 수수산산처처기

*운의 반복으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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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를 즐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賞景 상경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경 기어림하조성하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의 동반자요 거처가 되었으니 발길 닿은 산천경계는 모두 그의 노래
가 되었다.
화가가 아름다운 봄의 경치는 그릴 수 있겠지만 숲에서 지저귀
는 새들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그려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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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술회

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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