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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卒婚)

자즐보 2016. 5. 12. 11:14

 

마하트마 간디는 서른일곱살에

아내에게 해혼식(解婚式)을 제안했다.

아내는 고민 끝에 동의했다.

해혼한 뒤 간디는 고행의 길을 떠났다.

 

결혼(結婚)이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것이라면

해혼(解婚)은 혼인 관계를 풀어 주는 것이다.

부부가 불화로 갈라서는 이혼(離婚)과는 다르다.

하나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자유로와 진다는 뜻이다.

 

인도엔 오래전부터 해혼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부가 자식키우며 열심히 살다

자녀가 결혼하면 각자 원하는 대로 사는 방식이다.

 

몇년 전 은퇴한 남편이 경상도 어느 시골 고향으로

돌아 가면서 아내에게 "해혼생활을 하자.

각자 하고 싶은 일하며 간섭하지 말자"고 했다.

아내는 남편이 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줄 알고

펄쩍뛰었다.

남편 생각은 달랐다. 자기는 시골생활에 적응할 수 있지만

도시 출신인 아내는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남편 신경 쓰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라는 배려였다.

그는 "늙어 이혼하지 않으려면 해혼하라"고 권한다.

 

일본에 졸혼(卒婚, 소쓰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소쓰콘을 권함"을 쓴 유미코는 졸혼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존 결혼 형태를 졸업하고 자신에게 맞는

새 라이프 스타일로 바꾸는 것"

유미코 부부는 걸어서 25분 정도 떨어진 아파트에

따로 살며 한달에 두어번 만나 식사한다.

원래는 전형적인 모범 부부였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자 달라졌다.

시간 맞춰 같이 밥 먹고 가족 여행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 졌다.

그래서 결혼 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

 

결혼식에서 주례는 늘

"검은 머리 파뿌리되도록 사랑하며 살라"지만

평균 기대 수명 60세 시대와 100세 시대 결혼은 같은 수가 없다.

생을 접는 순간까지 기존 방식의 결혼생활에

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

해혼, 졸혼, 해마다 갱신하는 장기 계약결혼처럼

갈수록 새로운 "만년 (晩年)결혼"이 생겨날 것이다.

결혼의 의무를 다한 뒤 각자 살며

서로를 친구처럼 지켜보는 것도

"백년해로"라고 부를지 모른다.

 

-2016년 5월 12일 조선일보 (A34면) 강인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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